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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곳에 공포는 없다. 납량특집 <혼> 촬영장 방문기
기사작성 : 티비안취재       게시일 : 2009.07.10 10:21 원문보기

“너의 모습, 조명, 와이어. 이런 거 생각하지 마! 너는 연기만 생각해!”
감독의 불호령이 떨어지자 배우의 눈빛에 섬뜩한 기운이 돈다. 이곳은 8월 5일 첫 방송 되는 납량특집 드라마 <혼> 촬영장. <혼>은 1994년 <M>, 1995년 <거미> 이후 14년 만에 방송되는 MBC 납량특집 드라마로 타이틀롤을 맡은 임주은이 공개오디션에서 1058: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.
평소 <신비한 TV 서프라이즈> 시청에도 어려움이 있을 만큼, 땅콩만 한 간의 소유자로서 공포물 촬영장에 가자니 마음이 무거웠던 것도 사실. 그러나 막상 그곳은 별로 공포스럽지 않았다. ‘공포’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동작 하나, 표정 하나에 대한 세심한 리허설 그리고 반복 또 반복. 아, 그러고 보니 그곳에 정말 공포가 하나 있었다. 30도를 웃도는 건물의 옥상에서 가느다란 와이어에 매달려 몇 시간째 몸을 날리는 신인 배우 임주은. 그녀, 정말 무섭다!



 


AM. 7:30
잔뜩 내려앉은 공기가 숨 막히던 충무로의 한 상가 건물 옥상. 오늘은 와이어 액션과 1회 인트로를 찍는 날이니만큼 연출부의 고민이 크다. 어떻게 그림을 그릴지 한참 동안 거듭되는 회의. 분장을 마친 임주은은 너덜너덜해진 대본을 소중한 듯 품고 걱정에 빠졌다. “오늘 ‘틱 장애’ 연기를 처음 해야 해요. 잘할 수 있을지 너무 걱정돼요.” 이어 이서진, 아이돌그룹 초신성의 박건일도 촬영장에 도착 완료.



 


PM. 1:00
옥상에서 더 위쪽으로 사다리를 설치하고 이동.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추스려 좁은 사다리를 오르니 정작 문제는 그때부터다. 그늘도, 피할 곳도, 앉을 곳도 없다. 화장실을 가려면 다시 한 번 사다리를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한다. Oh, my God. 이미 임주은은 와이어에 몸을 실었다. 리허설 또 리허설... 뒤통수만 잡히지만 자리를 잡아주는 이서진도 고생은 마찬가지. 5kg 정도 살이 빠졌다고 하는데 <이산>에서의 사극 분장이 눈에 익어서인지 정말 어려 보인다. 훨씬 날렵해진 턱선과 몸매가 ‘프로파일러’라는 직업에 딱이다.



PM. 3:40
드디어 와이어 신 OK! 아래에서 연신 차가운 물을 올려주지만 무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다. 1058:1의 소녀 임주은, 정말 대단하다. 배우로서 당연하다 하면 당연하겠지만 한낮의 태양이 이글거리는 옥상에서 와이어에 묶여 몇 시간을 버텨낸다. 차가우면서도 슬픈 눈동자. 김상호 감독이 1058명 중에 단연 돋보였다고 얘기한 그녀의 갈색 눈동자는 과연 소문대로다.




 PM. 5:00
그런데 날씨가 너무 덥다. 시내 한복판의 옥상이니 바람이 시원할 듯도 한데 오늘따라 착 가라앉은 공기에 바람 한 점 없다. 건물에서 반사되는 열기가 맹렬하다. 팥빙수 한 그릇이 눈앞에 아른거린다.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촬영장 방문을 마치기로 한다. "먼저 들어가겠습니다" 하려는데 나도 모르게 "고생하세요"가 나온다.


 
건물을 내려와 정말 팥빙수를 한 그릇 사 먹었다. 지금까지 찍은 신이 방송에서는 1분? 2분? 배우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~ 하면서 시원한 에어컨 앞에 앉아 땀을 좀 식히니 꿈틀꿈틀 죄책감이 든다. 바로 옆 건물 옥상에서 그렇게들 고생하고 있는데, 나 혼자 웬 호사란 말이냐. 그러나 도저히 다시는 못 돌아가겠다. 그곳, 그토록 고생스러웠다. 이윤경 기자 ㅣ 사진 노민규 기자

관련태그 - ,  임주은,  이서진,  납량특집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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